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지하 주차장 무너졌던 검단
해당 아파트 재시공하지만
다른 단지는 계획조차 없어
정밀안전진단 반년째 지연
준공과 입주 사이 시간 있지만
피해 보는 건 입주예정자들뿐

# 2023년 4월 인천 검단의 아파트 지하주차장(GS건설)이 무너졌다. 무량판 구조인 공공분양 현장이었다. 국토교통부는 LH의 무량판 구조 아파트를 전수조사했다. 벽식 구조 아파트는 검사 대상서 배제됐다.

# 하지만 나중에서야 이 단지에서도 철근이 빠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동부건설이 시공하는 AA21 블록 현장이었다. 이 단지는 철거를 할지 보강공사를 할지가 정해지지 않았다. 진행이 더딜수록 피해를 보는 건 입주예정자들이다.

검단신도시는 애초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이 그때 입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검단신도시는 애초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이 그때 입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던 아파트 현장. 지금은 ‘조용함’이 지배하고 있다. 8일 오전 인천 원당사거리 인근. 전면 재시공을 앞둔 검단 신도시 AA13-1,2 블록 건설 현장(대표 시공사 GS건설)은 철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 2개월간 이어진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는 붕괴 원인을 ▲철근 부족, ▲콘크리트 품질 불량, ▲토사량 과다로 결론 내렸다.

계획을 순조롭게 진행한다면 현시점을 기준으로 1년 반 후에 철거를 마무리하고, 아파트는 다시 1층부터 올라간다. 입주 시점은 그로부터 2년 후다. 

어쨌거나 AA13 블록은 대표 시공사인 GS건설이 먼저 나서 전면 재시공을 이야기했고 지난해 말 입주예정자들과 협의도 끝냈다. 하지만 이 현장은 인천 ‘검단신도시’의 일부일 뿐이다.

2006년 계획을 수립한 검단신도시는 원래 2026년 말 완공이 목표였다. 목표 완공 시점까지 2년가량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AA13 블록은 ‘검단 신도시 완공 시기’를 2년 정도 넘긴 후에 입주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문제는 나머지 단지들이 그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거다. 

원당사거리의 동쪽에 있는 AA13블록을 지나 200m쯤 더 걸었다. 기존 시가지인 원당사거리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 검단신도시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흔적은 원당사거리에서 핸들을 꺾어 북쪽으로 올라가는 덤프트럭이나 레미콘 트럭으로 알 수 있었다. 

트럭을 쫓아 원당사거리의 북쪽인 ‘고산후로’를 따라 올라갔다. 일반 승용차와 공사용 차들이 뒤섞여 있었다. 원당사거리에서 500m쯤 걷다 보니 아직 도색하지 않은 아파트가 보였다. 고산후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오던 레미콘 트럭과 흙을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하나둘씩 고산후로 양옆의 도로로 향했다. 아직 도시가 완성되지 않아 이름조차 없는 도로들이었다.

공사용 차들이 들어간 곳은 2024년 말 또는 2025년 초 준공을 예정한 단지들이었다. 계속 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그보다 준공 시점이 늦은 아파트 공사 현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검단신도시 초입에서 바라본 아파트보단 층수가 낮았다. 공사 현장 사이에는 혼자 떨어진 섬처럼 보이는 놀이터도 있었다. 그 놀이터 뒤로 수개월째 공사가 멈춘 검단 AA21 아파트 공사 현장(대표 시공사 동부건설)이 보였다.

이곳의 공사는 왜 멈췄을까. 2023년 4월 인천 검단 AA13 아파트(GS건설)의 지하 주차장이 붕괴한 이후 국토부는 “또 다른 하자를 잡겠다”며 2017년 이후 준공한 무량판 아파트를 전수 조사했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 같았지만 빈틈은 있었다. 벽식 구조 아파트는 검사 대상에서 빠졌다. 

벽식 구조인 AA21 블록 아파트 공사 현장에 철근이 빠져 있었다는 건 2023년 6월에야 발견했고, 예비 입주자들이 이를 알아차린 시점은 그보다 3개월 뒤인 9월이었다. 그러는 사이 AA21 블록의 아파트는 7층까지 만들어졌다.[※참고: AA21 블록 아파트 13개동 중 4개동 외벽에 들어가야 할 철근 중 70%가 빠져 있었다. 무량판과 달리 벽식 구조는 벽이 무게를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AA21 블록의 예비 입주자들은 당연히 전면 재시공을 원했다. 2023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이 검단 AA21 블록 예비 입주자들의 입장을 전달하자 이한준 LH 사장은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 공사를 하거나 필요하다면 4개 동을 전면 재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진전된 건 많지 않았다. 더스쿠프 취재팀이 가까이 다가간 AA21 블록 현장의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공사장 철문 위로 덜 지어진 아파트가 살짝 보일 뿐이었다. 공사장 입구 문 아래의 틈을 모두 패널로 덧댔기 때문이었다. 굳게 닫힌 문처럼 AA21 블록의 나머지 사업 과정도 더뎠다.

AA21 블록은 지난해 10월 이한준 사장이 언급했던 정밀안전진단을 시작조차 못했다. LH는 안전진단을 담당할 업체를 골라 예비 입주자 대표 회의에 보냈지만 예비 입주자들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을 원한다고 답했다. LH 관계자는 “국토부가 중재 중이어서 3월 중에는 정밀안전진단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도 있다. 공사가 지난해 9월 이후 반년가량 멈췄다면 입주시기도 밀리게 마련이다. LH 관계자는 “AA21 블록은 애초 준공 시점과 입주 시점이 5개월씩 차이가 나는 단지”라며 “공사 기간이 밀리더라도 실제 입주는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은 ‘짐작할 수 없음’의 연속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더구나 입주가 밀리면 더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아파트 표준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입주가 3개월을 초과해 밀릴 경우 입주 예정자들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러면 그때까지 냈던 모든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계약을 파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다려 입주하는 이들에겐 남은 잔금에 연체료율을 곱해 LH가 지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LH와 시공사 동부건설은 ‘입주일이 밀릴 경우’를 대비하고 있을까. 

LH 관계자는 “3개월을 넘어 입주가 지연된다면 시공사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부건설 측은 “입주예정자와의 협의도 LH가 맡아서 하고 있다”며 발을 뺐다. 입주가 실제로 밀리는 일이 벌어지면 LH와 시공사는 또다시 책임을 떠넘기는 구태를 반복할지 모른다. 

AA21 블록 현장의 공사 펜스에는 입주예정자들이 안전 시공을 기원하며 보낸 메시지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공사가 멈춘 AA21 블록 현장은 그 메시지가 무색하게 조용했다. 2023년 국정감사에서 AA21 현장을 지적한 지도 벌써 5개월이 흘렀다. 이곳 현장은 과연 수순대로 흘러갈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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