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의 간판, 기업의 로고…. 이런 표식表式들은 대체 언제부터 유행한 걸까.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중세시대부터 현대식 ‘마크(Mark)’가 나타났다. 물론 로마시대에 술집 가게들이 ‘관목가지’를 문 앞에 걸어두긴 했지만, 그걸 현대식 마크의 기원으로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마크는 어디서 나왔을까. 답은 ‘길드(Guild)’에서 찾을 수 있다.11~16세기 유럽에서 번성한 길드는 경제적ㆍ사회적 구조의 핵심을 차지했다. 장인匠人의 집합체였던 길드는 지역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국왕의 허가를 받고 거래의 독점체제를 수립하는 한편
지금도 그렇지만, 중세에도 사회를 지배한 중심축 하나는 ‘상인 집단’이었다. 이를 유럽 사람들은 ‘길드(Guild)’라고 불렀는데, 이 모임은 지역의 상거래를 독점하고 시장을 통제했다. 하지만 길드가 ‘권력집단’ 노릇을 한 건 아니다. 그들은 교회를 짓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수익에만 집착하는 오늘날 기업이 벤치마킹할 부분이다. ‘상인조합 길드의 탄생’ 첫번째 기사에서 봤듯, 길드의 기원은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로마 시대, 동업자들이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의
1095년부터 1291년까지 거듭한 십자군 전쟁으로 중세 유럽엔 새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돈이 필요해졌다는 사실이다. 자급자족을 기본으로 하면서 물물교환하던 방식이 사라지고, 돈을 매개로 온갖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들이 생겨났다. 길드였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길드 이야기다.고대 로마는 가도街道(viae Romanae)를 통해 제국을 관리했다. 가도의 허브와 같은 지역엔 도시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동업자들은 일정 구역에 모여 ‘콜레기아(collegia)’란 이름으로 조합을 결성했는데, 대략 고대 로마 말부터 그랬다. 이런 콜레기아
종교인의 의복이 단순한 건 ‘신神’과 연관돼 있다. 1960년대 패션 용어로 쓰였던 심플리시티(simplicity)는 사실 신의 단순성(divine simplicity)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이는 신이 그 자체로 궁극의 존재란 뜻인데, 종교 의복이 단순한 것도 신의 단순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점은 맥주에도 ‘신의 단순성’을 구현한 제품이 있다는 거다.맥주는 기원전 때부터 제조해 먹었던 기록이 남아있다. 다만, 양조기술이 본격 발달한 건 중세시대다. ‘교회 세속화’에 반대해 8세기 때 불붙은 수도원 운동이 발단인데, 양조기
맥주의 유물은 신석기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나온다. 기원전 1750년께 성문법 ‘함무라비 법전’엔 맥주 법률도 있다. 그런데 맥주 양조법을 유행시킨 건 중세 수도원이었다. 당시 수도사들은 금식 기간에 기분 좋은 맛을 내는 음료를 마시길 원했는데, 맥주가 1순위 음료였던 모양이다.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는 트라피스트회 수도사들이 빚는 맥주다. 벨기에 2개소, 네덜란드 2개소, 오스트리아ㆍ이탈리아ㆍ잉글랜드ㆍ프랑스ㆍ미국 각 1개소 등 세계 13개 수도원만이 트라피스트협회가 인정하는 트라피스트 맥주를 만들고 있다. 맥주병
15세기 대항해시대에 출현한 뉴스, 16세기 마르틴 루터가 단행한 종교개혁,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매스미디어로 자리 잡은 신문과 잡지…. 이 서로 다른 일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다름 아닌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개발한 인쇄기술이다. 그의 인쇄기술은 문학에만 영향을 미친 게 아니다. 지식혁명이란 거대한 흐름을 열어젖히는 ‘방아쇠’ 역할도 해냈다.구텐베르크의 인쇄 기술은 그가 활동한 독일에만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구텐베르크 인쇄기는 1462년께 독일과 유대 관계를 맺고 있던 로마 근교의 베네딕토회
인쇄기가 없을 때 성경은 사람들의 ‘필사筆寫’로 만들어 배포됐다. 성경 66권을 묶은 ‘1질(일종의 세트)’을 사려면 집 10채값을 지불해야 했다. 당연히 성경을 소유할 수 있는 곳은 돈이 많은 수도원이나 교회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도원이나 교회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교리를 해석해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성경을 널리 확산하는 데 일조한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구텐베르크는 1448년 재정가 요한 푸스트(Johann Fust)를 설득해 인쇄기와 800굴덴(Guldenㆍ독일어권 금화 단위)
중국은 3세기부터 목판 인쇄를 했다. 금속활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나라는 고려다. 그럼에도 15세기에 개발된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의 인쇄기가 ‘혁신의 산물’로 꼽히는 건 여러 장을 한번에 인쇄할 수 있는 ‘압축기술’ 때문이다. 구텐베르크의 기계식 인쇄 방법을 오프셋인쇄(offset printing)가 출현하는 20세기까지 그대로 사용했다는 건 더 놀라운 일이다. 15세기 서양의 지식 혁명에 불을 지핀 주인공인 그는 포도주를 짤 때 사용하는 압착기를 개조해 근대적 인쇄기계를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를 ‘근대
인쇄기를 발명해 중세 유럽 어둠의 장막을 걷어내고 지식 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의 발명은 소수의 귀족과 성직자들이 성경과 지식을 독점하던 체계를 단숨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그는 제자로부터의 배신과 동업자의 소송에 따른 파탄, 노년에 찾아든 실명이란 엄혹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독점과 어둠이란 중세의 봉인을 해제한 것에 따른 천형天刑이었을까.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개발하기 전 유럽에선 수천권의 필사본만이 나돌았을 것이다. 그가 금속활자로 인쇄기를 발명한 시점에서 불과 50년이 흐
고대 이집트 왕들은 사후세계를 믿었다. 후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자死者의 서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사후세계 안내서다. 그럼 당시 사람들은 ‘사자의 서’를 어디에 어떤 형태로 기록했을까. 공병훈의 맥락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마지막 편에선 ‘종이의 기원’ 파피루스(papyrus)를 살펴봤다.문자를 기록하는 ‘틀’ 점토판이 탄생한 것으로 알려진 수메르는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남쪽 지방으로 오늘날 이라크의 남부 지역에 해당한다. 수메르 사람들은 점토판에 문자를 새기는 작업을 2000년 동안 해온 것으로 여겨진다.현재까지 발굴된 대
시간적ㆍ공간적 제약이 있는 말을 문자로 남길 수 있었던 건 역사적 함의가 크다. 문자가 없었다면 고대문화도, 지금의 찬란한 문명도 없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인류 최초 문자 미디어’ 1편에서 우리는 말이 문자가 된 경로를 짧게 살펴봤다. 2편에선 ‘책의 기원’으로 불리는 점토판이 만들어진 배경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인류가 문자를 발명한 후 ‘책의 기원’이라 불리는 점토판과 파피루스 두루마리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문자가 기록된 현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유적은 점토판이나 석판에
찰스 다윈은 인류의 말의 기원을 “언어가 다양한 자연의 소리와 다른 동물들의 소리, 그리고 인간 자신의 본능적 울음소리들을 모방하고 수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인류의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말(language)’이며, 인류가 영원히 사용할 미디어이기도 하다. 공병훈의 맥락, 이번엔 인류의 영원한 미디어 ‘말’을 논해보자.말은 인간이 지닌 최소한의 소통방식이자 최후의 소통방식이다. 인류가 사는 곳이 아무것도 없는 진공 상태가 된다면 말은 더 이상 인류의 미디어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말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
우리는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1편과 2편에서 중앙집권화한 정부와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암호시스템’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암호화폐를 알아봤으니 이젠 블록체인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자.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마지막 편이다.개인과 개인의 거래가 생길 때마다 데이터는 ‘블록(Block)’을 만들어 쌓여간다. 이 기록들은 순차적으로 이어져 ‘사슬(Chain)’ 구조를 형성한다. 거래 기록을 담은 블록들이 사슬로 이어져 하나의 장부帳簿를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블록체인은 모든 거래장부를 네트워크 참가자들에게 공개ㆍ분산ㆍ관리하기
1970년대 이전까지는 암호는 주로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이때의 체계는 대칭키 암호 시스템이었다. 암호문을 만들 때 사용하는 키와 평문으로 복원할 때 사용하는 키가 동일했다. 그만큼 안전하지만 폐쇄적이었다. 이같은 암호시스템은 “권력으로부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려면 암호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겐 딜레마였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여기서 기인한 빅 브라더 논쟁, 중앙집권화한 국가권력과 경제 권력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 우리는 사이퍼펑크(Cypherpunk)와 블록체인 1편에 서 사이버펑크가 태동한 배경을 살펴봤다
# 인터넷은 사용자들 간의 평등한 동료적 협업을 통해 만들어가는 유토피아를 향하고 있는가. 아니면 빅 브라더(big brother)가 개인의 생활과 삶을 세밀하게 감시하고 통제ㆍ통치하는 디스토피아를 예정하고 있는가. #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우리의 사회적 활동과 개인의 모든 영역에 결합하면서 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확신할 수 없는 혼돈의 경계를 걷고 있다. 공병훈의 맥락, 사이퍼펑크와 블록체인 첫번째 편이다.2018년 혼돈 속에서 나타난 어려운 개념 하나가 전세계를 뒤흔들었다.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과 체인(chai
인공지능(AI)이 쓴 소설은 창작인가 모방인가. AI와 협업해서 만든 작품은 예술품인가 모조품인가. AI 작업이 늘면서 문학계ㆍ예술계에서도 심오한 질문들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문학관觀이나 예술관觀이 충돌하면서 좀처럼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나타난 ‘콘텐츠 대폭발’ 시대에 AI가 또다른 전환점을 부여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우리가 싱귤래리티(singularity) 1편에서 던진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예술은 모방인가, 창조인가. 인공지능(AI)이 이 세상 모든 작
인공지능(AI)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린다. 많은 이들이 ‘창조성’도 이젠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AI의 글이든 그림이든 결과적으론 인간의 작품을 학습한 결과물이다. 일종의 모방행위라는 건데, AI가 모방을 넘어 ‘창조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더스쿠프의 새 연재물 ‘공병훈의 맥락’ 1편에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가는 기점을 뜻하는 ‘싱귤래리티’를 논해봤다.강렬하면서도 마음을 사로잡는 색채, 거친 붓의 터치, 뚜렷하면서도 애매하기도 한 인상적 윤곽의 그림을 통해 위대한 창조성의 화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