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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철수를 구하시오
거대 운석과 충돌하는 지구
인생의 반복과 절멸의 운명

소행성 라마와 지구를 충돌을 막으려는 철수는 실패 후 매번 회귀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행성 라마와 지구를 충돌을 막으려는 철수는 실패 후 매번 회귀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철수라는 이름에서 묘한 친근감이 느껴진다면 아마도 교과서 때문일 거다. 관공서가 ‘홍길동’을 예시로 써왔다면 교과서는 오랜 시간 ‘철수’를 예시로 사용했다. 철수는 영희와 함께 시험 시간마다 만나는 단골손님이었다. 철수와 영희가 대화를 나누거나 행동하면, 그 모습을 보고 답을 구하는 식이다.

철수는 과목을 가리지 않고 활약하는데, 물리 문제에서 유독 고생할 때가 많다. 문제 속 철수는 고속으로 다가오는 열차 앞에 서거나, 수십 미터 높이에서 떨어지거나, 우주선을 탄 채 운석과 충돌한다. 그래서인지 한때 인터넷에는 철수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거나 “교과서가 철수를 학대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돌기도 했다.

‘가짜과학자’ 작가의 웹소설 「철수를 구하시오」는 이런 농담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작가는 우스갯소리를 가지고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해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품은 표지부터 ‘철수 문제’를 활용한다. 철수는 지구에서 소행성 라마를 관찰하고 있다. 소행성 라마는 17.5㎞/s의 속도로 지구에 접근하고 있으며 가속 중이다. 일반적이라면 “이때 라마가 지구에 도착할 때까지의 시간을 구하시오” 같은 방식으로 마무리했을 터다. 문제는 “이때, 철수를 구하시오”로 마무리를 맺는다. 소설은 이 문장과 제목처럼 철수를 구하기 위한 여정을 다룬다.

작품은 소행성 ‘라마’가 지구에 추락할 수 있는 내용의 뉴스로 시작한다. 영화처럼 핵무기를 통해 소행성을 파괴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인류는 멸망을 앞둔다. 주인공 ‘강철수’는 운석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최후를 맞는다.

철수는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먹먹한 기분은 들었지만 딱히 두렵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았다. (중략) 끝을 맞이한다는 것에 한때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 그러나 남길 것이 없기 때문일까. 종말의 직전에 이르러서는 도리어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철수를 구하시오」 중


다시 눈을 떴을 때 철수는 중학교 입학을 앞둔 유년 시절로 돌아와 있었다. 철수는 부모님과의 재회에 기뻐하면서도 공포를 느낀다. 소행성의 위협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소행성을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한다면 인류가 힘을 합쳐 대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천체물리학자의 길을 걷기로 한다.

[사진 | 에이시스미디어 제공]
[사진 | 에이시스미디어 제공]

교수가 된 철수는 성공적으로 소행성의 위협을 알린다. 소행성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벌어낸 거다. 그러나 과학자 집단의 정치적 다툼에 밀려나며 라마를 막아낼 기술은 개발하지 못한다.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온 철수는 라마를 막을 기술이 없다면 손쓸 도리 없다는 생각에 엔진 개발에 착수하기로 한다. 이처럼 소설 속 철수는 라마를 막기 위해 몇번이나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다. 인생을 건 도전과 좌절의 이야기가 이어지며, 독자는 이번에야말로 라마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철수의 여정에 동참한다.

「철수를 구하시오」는 웹소설에서 보기 드문 SF 작품으로, 뛰어난 짜임새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다. 교과서 속 ‘철수’와 소행성 충돌이라는 소재로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선사한다. 특히 라마와 충돌 위기에 놓인 지구가 아닌, 철수를 구하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표지를 보고 홀린 듯 작품을 접한 독자는 결말에 이르러 마침내 ‘철수를 구하라’는 의미를 깨닫게 될 거다.

김상훈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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