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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몰 정책 실패한 까닭
청년 취업률 올리기만 급급
자금줄 끊기면 나 몰라라

전통시장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만들겠다던 청년몰. 생각은 좋았다. 하지만 조성하는 데만 힘을 쏟고, 이후 관리는 미흡했다. 전통시장 후미진 곳,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를 붙들고 있던 청년들은 지원마저 끊기자 하나둘 문을 닫았다. 청년실업률을 해소하겠다며 등장한 청년몰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청년몰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청년몰 사업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대부분 실패했다.[사진=뉴시스]

“청년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2016년 1분기 청년실업률이 줄곧 10%대를 유지했다. 각종 청년창업지원 사업이 투자 대비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당시 박근혜 정부는 새로운 처방전 하나를 꺼내들었다. 바로 ‘청년몰’이다. 전통시장에 청년몰을 넣어 전통시장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만들겠다는 게 밑그림이었다. 

그해 이 사업엔 국비 127억5000만원을 포함해 총 2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중소벤처기업부(당시 중소기업청)는 인천 강화중앙시장, 수원 영동시장, 전주 서부시장, 구미 선산종합시장 등 청년몰을 입점할 16곳 시장을 선정했고 기반 조성, 점포 리모델링, 임차료를 지원했다. 이듬해인 2017년엔 국비 예산을 늘려 142억5000만원을 투입했다.

인천 강화중앙시장의 ‘개벽2333’은 정부의 청년몰 사업 첫해 공모사업에 선정돼 탄생한 청년몰이다. 기원전 2333년 건국한 고조선의 도전정신을 잇겠다는 뜻을 담아 지은 이곳은 국비 5억원에 군비 5억원을 더해 2017년 4월 개장했다. 이색 퓨전음식점 15개와 소품점 5개, 휴게공간과 작은 공연무대까지 어우러진 이곳엔 개장 초기 손님들이 북적였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인기 점포들이 독립하고, 지자체를 대신해 청년몰을 관리하던 청년몰 조성사업단의 활동기간이 끝나면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개장 2년 만인 2019년 운영 점포가 한창때의 절반 수준인 11개로 줄어들더니, 지난해 10월엔 강화중앙시장 상인회가 청년몰 사업 포기 확약서를 지자체에 제출하면서 개벽2333은 완전히 막을 내렸다. 현재 이곳은 취업상담실, 창업지원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전 중앙메가프라자 3층에 둥지를 틀었던 청년구단도 개벽2333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문을 닫았다. 2016년 조성사업을 시작해 2017년 6월 문을 연 청년구단은 접근성 문제로 처음부터 많은 손님을 끌지 못했다. 중앙메가프라자 자체가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데다 상가건물 1층은 고령의 상인들이 운영하는 한복집이 즐비해 청년고객을 유입하는 게 쉽지 않았다.
 
2018년 매스컴(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등장하며 반짝 관심을 끄는 듯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이듬해 지자체의 지원까지 끝나자 하나둘 이곳을 떠났다. 결국 대전 청년구단 청년몰은 2021년 5월 완전히 폐장했다. 이곳에만 총 18억원(2016~2017년 조성사업 15억원 ·2018~2019년 활성화 사업 3억원)이 투입됐지만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셈이다. 


전국에 이런 곳은 한둘이 아니다. 소상공인진흥공단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청년몰은 38개다. 조성 점포는 654개에 이른다. 소리 소문 없이 문 닫은 청년몰까지 계산하면 정부 사업으로 조성된 청년몰은 더 늘어난다. 청년몰에 2016년부터 쏟은 국비도 600억원이 넘는다. 지자체가 쓴 돈까지 합하면 1000억원이 넘을 거란 얘기도 있다.[※참고: 중기부에 따르면 청년몰에 들어간 국비는 2017년 127억5000만원, 2018년 142억5000만원, 2019년 229억원, 2020년 74억원, 2021년 106억원이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사업이지만, 성공한 청년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왜일까. 전문가들은 청년몰이 애초 성공 가능성이 높은 모델은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가 청년 취업률을 높이는 데만 집착해 만든 졸속사업이라는 거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스마트경영과) 교수는 “청년몰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석에 청년을 등 떠밀어 몰아넣은 정책”이라고 말했다. 무슨 뜻일까.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청년들이 전통시장에 창업한다 한들, 자본력이 없는 그들이 어떤 홍보를 할 수 있겠는가. 취업 경험도, 노하우도, 차별화된 아이템도 없는 청년들이 전통시장 한쪽에 점포 하나 내는 걸 청년 창업이라고 말할 순 없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청년몰을 관리하고 홍보하려면 그에 특화된 전문가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개벽2333은 현재 취업상담실, 창업지원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사진=뉴시스]
개벽2333은 현재 취업상담실, 창업지원 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통시장에 창업하는 청년몰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그들이 전통시장에 오는 기존 고객을 공유하며 생존하느냐, 아니면 전통시장에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느냐 둘 중 하나인데, 사실상 둘 다 어렵다. 조춘한 교수는 “정부가 나서고, 전문가들이 나서도 실패했던 건데, 그걸 청년들에게 하라고 하면 가능하겠냐”면서 “그 자체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개벽2333이나 대전 청년구단이 그랬듯 입지 환경도 썩 좋지 않았다. 청년몰은 주로 전통시장, 그중에서도 유휴공간에 입점했다. 당연히 유동인구가 적은 데다 시장의 주요 고객층과도 접점이 거의 없었다. 조춘한 교수가 ‘기울어진 운동장의 구석’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부에선 청년들의 열정을 도마에 올리기도 한다. 정부 지원금으로 창업한 그들에게서 간절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거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몇몇 청년은 정부 지원이 끝나면 큰 고민 없이 사업을 접고 청년몰을 떠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초기에 지원되는 임대료 외에 전기세 등 관리비까지 지원해달라는 청년상인들도 있었다”면서 “청년들이니 열정적으로 알아서 하겠지 생각했던 게 패착이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청년몰이 전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서울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훼미리에서 베이커리 ‘청산제과’를 3년째 운영 중인 이지은 대표는 장사가 잘될 땐 월 매출 1000만원을 올리기도 한다. 가끔씩 백화점에 판매를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온라인 매출이다. 이 대표는 “청년몰 자체를 활성화하는 건 어려울 수 있지만 개개인의 점포를 살리는 건 결국 개인의 노력과 역량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원도 삼척중앙시장의 청년몰 청년해의 ‘제비다방’은 지역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2019년 제비다방의 영업을 시작한 김택곤 대표는 “지자체에서 관심을 갖고 관리해줬고, 청년상인들과도 꾸준히 소통해준 덕”이라며 “시즌 이벤트는 청년상인들만의 힘으론 역부족인데, 적극적으로 많이 도와주셨다”고 성공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청년몰 사업은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지자체의 적극적인 관리, 청년상인들의 열정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청년몰 사업엔 그게 부족했다. 정부의 돈과 지원은 초기 조성사업에만 집중됐고, 지자체는 그들을 관리할 전문적 역량이 부족했다. 청년들은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했다. 그 결과, 실패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면 청년몰 사업은 이렇게 실패로만 남아야 할까. 조춘한 교수는 “지금의 방법으론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면서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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