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추적-지하철 객차 내 CCTV에 무슨 일이
정부 예산 투입한 LTE-R 뭐가 문제인가
11년 전 구축한 실시간 송출 기술 어디 갔나
서울교통공사의 이상한 반론과 해명

지하철 객차가 ‘안전 사각지대’란 오명을 뒤집어썼다. 성추행, 폭행, 방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다. 객차 내 CCTV가 있긴 하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달려 있는 것이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것도 문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민망한 현주소를 단독 취재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용하는 1~9호선 지하철 객차에 달린 CCTV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교통공사가 운용하는 1~9호선 지하철 객차에 달린 CCTV가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사진=뉴시스] 

# 지난 3월 18일 오후 10시를 넘긴 시각. 1호선 지하철은 ‘개봉역’ 인근을 지나고 있었다. 늦은 퇴근길, 지하철 안은 조용했다. 그때였다. “뭐야!” 괴성과 함께 탑승객들의 시선이 50대 남성 A씨에게 쏠렸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바지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자살 시도였다. 

속수무책이었다. 지하철은 계속 내달렸고, 승무원은 오지 않았다. 불길이 언제 치솟을지 모르는 상황, 그를 제지한 건 시민들이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A씨를 붙잡아 지하철에서 내렸고, 경찰에 신고했다. 잠시 후 A씨는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인계됐다. 

A씨가 떠난 지하철 객차엔 불이 붙었던 바지 조각이 떨어져 있었고, 바닥엔 거뭇한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든다. 달리는 지하철은 왜 멈추지 않았을까. 승무원은 왜 보이지 않았던 걸까. 혹시 1호선 지하철 객차 속엔 CCTV가 없었던 건 아닐까. 

■질문❶ 지하철 객차 CCTV의 민낯 = 이런 질문을 받으면 십중팔구 다음과 같이 답할 것이다. “지하철 역사驛舍에도 CCTV가 많은데, 지하철 객차에도 있지 않을까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 지하철 객차 내 CCTV 설치 현황을 살펴보면, 1·3·4호선 지하철 객차엔 CCTV가 한대도 없다. 5·6·8호선 설치율은 3~6%에 불과하다.

CCTV가 100% 가깝게 설치돼 있는 라인은 2호선(97.7%)과 7호선(97.2%), 9호선(100%) 세곳뿐이다(국토교통부 2021년 8월 기준).

[※참고: 더스쿠프가 통계를 인용한 CCTV 설치율의 대상은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노선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1~9호선을 운영하고 있다. 9호선은 메트로9과 함께 운영 중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공항철도 등 수도권 지하철을 맡고 있다. 1호선 일부, 3호선(일산선), 4호선(과천·안산선)도 코레일이 운영한다. 메트로9과 코레일이 운영하는 라인은 추후에 점검해 볼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1~9호선의 CCTV
서울교통공사가 운용하는 1~9호선 지하철 객차 내 CCTV 설치율은 40%를 밑돈다.[사진=뉴시스] 

​​​​​​이렇게 지하철 객차 내 CCTV가 턱없이 적으니, 객차 안에서 범죄가 발생해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떨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6~2020년) 발생한 지하철 범죄는 연평균 338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3년(2018~2020년) 검거율은 40% 수준으로, 2019년 전국 범죄 검거율(83.3%)을 한참 밑돈다. 

턱없이 부족한 지하철 CCTV

이를 의식해서인지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2022년까지 지하철 객차에 CCTV를 설치하도록 전국 각 운영기관에 시정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절도·성범죄 등 빈발하는 지하철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지하철 객차 내 CCTV를 늘린다는 정책은 언뜻 긍정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하철 객차 안에 CCTV를 설치하면, 범죄나 안전사고를 실시간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질문❷ CCTV 실시간 운용 가능한가 = 그렇지 않다. 지하철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화면은 실시간 송출할 수 없다. 객차 안에서 범죄가 발생하거나 방화 사건이 일어나도 곧바로 대응할 수 없다는 거다. 

왜일까. 답은 다소 황당하다. 지하철에 깔려 있는 ‘무선망’의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서울 지하철에 구축돼 있는 무선망은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 중 하나인 ‘국민안전 SOC 디지털화’ 전략으로 시행한 4세대 철도통합무선망(LTE-Rail way)이다.

이른바 LTE-R로 불리는 이 무선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용량 데이터와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수신해 기관사·관제시스템·유지보수자 등이 열차 운행정보뿐만 아니라 사고나 장애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LTE-R은 적은 용량 때문에 지하철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화면들을 실시간 송출하지 못한다.[※참고: 열차 한대당 연결돼 있는 객차는 대략 4~10칸이다. 여기에 평균 2개의 CCTV가 달려 있다고 감안하면 최대 20대 CCTV에서 촬영한 화면을 실시간 송출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LTE-R의 용량으론 많아야 1~2대만 송출할 수 있다. 20대 동시 송출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이 지하철 객차 내 CCTV를 ‘녹화용’이라고 꼬집는 이유다.] 

지하철에서 해마다 3000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하지만 검거율은 40%대에 머물러 있다.[사진=뉴시스] 
지하철에서 해마다 3000건이 넘는 범죄가 발생하지만 검거율은 40%대에 머물러 있다.[사진=뉴시스] 

이는 서울교통공사도 인정한 이야기다. 2021년 9월 6일 열린 제302회 서울특별시의회 임시회 교통위원회 영상 자료를 보자. 서울특별시의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지권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서울교통공사에 지하철 객차 내 CCTV와 관련한 질의를 했다. 그해 7월 25일 지하철 1호선에서 발생한 ‘성폭행 시도 사건’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정 의원의 질의에 답을 한 사람은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당시 상황을 1문1답 방식을 섞어 정리했다. 

정지권 의원(이하 정 의원) : “현재 지하철(객차)에 달려있는 CCTV의 영상은 실시간 송출이 안 되는가?”

김상범 사장(이하 김 사장) : “안 된다. 시스템이 있어도 이를 받아 줄 수 있는 통신망이 깔려 있어야 한다. 둘 다 갖춰져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지금 CCTV는 녹화만 가능하다. 실시간 송출이 불가능하다.” 

정 의원 : “송출이 불가능하면 화재나 사고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없지 않나. CCTV가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김 사장 : “이런 통신망을 갖춰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지금 추진 중인 LTE-R을 구축해도 용량 문제 때문에 모든 지하철의 CCTV 영상을 동시에 송출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정 의원 : “새로 도입한 지하철에는 CCTV가 모두 달려 있지 않나. 새 지하철의 CCTV도 실시간 송출이 불가능한가.” 

김 사장 :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를 위해선 엄청난 재원이 든다. 1~8호선에 송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660억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다.” 

11년 전 설치한 18기가 실시간 장치 

이처럼 서울교통공사 측은 LTE-R의 용량 문제 때문에 “객차 내 CCTV 화면의 동시 송출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이를 보완하려면 수백억원의 나랏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하지만 여기에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객차 내 CCTV 화면을 동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말 보유하고 있지 않으냐는 점이다. 

■질문❸ 실시간 송출 기술 없었나 =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미 2011년에 지하철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화면을 실시간 송출하는 시스템과 장치를 도입했고, 5~8호선에 설치까지 마쳤다.

이 기술은 김 사장이 언급한 LTE-R이 아닌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란 시스템이다. 2015년 LTE-R을 도입하기 4년 전에 이미 관련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건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먼저 ‘18기가 실시간 무선영상전송장치(이하 18기가 무선영상장치)’를 설명해보자. 이 기술이 개발된 건 2008년 10월 서울교통공사(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발주한 ‘스마트몰(SMRT Mall)’ 사업권을 KT가 따내면서다. 

스마트몰 사업의 취지는 서울교통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8호선 148개 역사와 객차 1558칸에 IT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열차운행 정보와 공익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거였다. IT시스템을 통해 특정 상품을 광고·판매해 수익을 꾀하겠다는 것도 취지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하는 기술이 필요했는데, 그걸 가능하게 하는 장치가 바로 ‘18기가 무선영상장치’였다.

‘18기가 무선영상장치’ 사업을 맡은 곳은 주식회사 미디어퍼프플러스였다. 이 회사는 KT, 포스데이타(현 포스코ICT) 등이 스마트몰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설립한 ‘퍼프컴 컨소시엄’에 참여한 곳으로, 2009년 3월 27일 서울교통공사와 ‘18기가 무선영상장치’ 설치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5개월여 후인 2009년 8월 13일 미디어퍼프플러스는 한차례 실패를 딛고 기술 시연에 성공했고, 서울교통공사가 인증했다. 기술 재시연에 성공한 다음날인 2009년 8월 14일, 서울교통공사는 미디어퍼프플러스 측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통보문을 보냈다. 

“… 스마트몰 사업 무선전송시스템 기술 재시연 평가 결과 합격했음을 통보합니다. IT 시스템 구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설계서 승인 등 제반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때부터 ‘18기가 무선영상장치’ 사업엔 속도가 붙었다. 2011년 5월 시스템을 준공했고, 2년에 걸쳐 1500대의 장비를 5~8호선에 설치했다. 사업이 탄력을 받자 KT와 서울교통공사는 이 시스템을 전국의 지하철로 확대하고, 한발 더 나아가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지하철 객차 내 CCTV는 승객 안전을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지하철 객차 내 CCTV는 승객 안전을 위해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일례로, 서울교통공사는 2012년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 호주 퍼스에서 열린 세계대중교통협회(UITP)의 ‘아시아태평양 회의 및 고속철도 심포지엄(Asia-Pacific Assembly & Rapid Transit Symposium)’에 참여해 서울도시고속철도(SMRT·Seoul Metropolitan Rapid Transit corp)에 시범적으로 적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날 발표에서 서울교통공사는 SMRT의 열차와 역, 지하공간 등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운영·관리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모바일 CCTV 시스템’이란 카테고리로 묶어 발표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중앙통제센터나 지하철 운전석에서도 지하철 객차 내 IP카메라(CCTV)에 연결된 끊김 없는 무선영상 전송기술을 통해 승강장, 열차 전후방은 물론 객차까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당연히 지하철 객차에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중앙통제센터 관리자나 기관사가 즉각 인지할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2012년께 이미 세계 시장에 내놓을 만한 무선영상 전송기술을 확보했다는 얘기다. 


■질문❹ 유지보수 진짜 했나 = 그렇다면 11년 전 시스템 구축을 끝낸 18기가 무선영상장치는 어떻게 된 걸까. 서울교통공사 측은 이렇게 답했다. “2009년 스마트몰 사업 이후 지하철 객차 내 CCTV 영상의 실시간 송출이 가능해졌다. 11년 동안 유지보수를 잘해왔기 때문에 18기가 무선영상장치는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문제는 서울교통공사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 ‘모순의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18기가 무선영상장치를 지금도 운영 중이라면, 객차 내 CCTV 영상을 실시간 송출하지 못할 리 없어서다. 


진실은 무엇일까. 답을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교통공사가 2011년 이후 지금까지 ‘18기가 무선영상장치’를 원칙대로 유지보수해 왔다면, 공사 측의 주장이 사실이다. 반대로 유지보수를 하지 않았다면 18기가 무선영상장치를 방치해 놨을 가능성이 높다.

더스쿠프 취재 결과에 따르면, 2016년엔 영상 감시시스템 전문업체 G사가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를 유지보수했다. 18기가 무선영상장치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장비·기술 등도 제공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2017년부터 유지보수업체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장비·기술 등은 G사가 계속 제공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2017년 6월~2018년 7월엔 IT 인프라 서비스 기업 E사, 2018년 7월~2020년 11월엔 ICT 전문기업 K사, 2020년 11월~2022년 11월엔 IT서비스 전문업체 N사가 18기가 무선영상장치의 유지보수를 맡았다. 유지보수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 등은 G사로부터 공급받았다.” 

하지만 2016년 18기가 무선영상장치의 유지보수를 맡았던 G사의 주장은 달랐다. G사 고위 관계자는 “2016년 이후 18기가 무선영상장치의 유지보수를 진행하지 않았다”면서 “관련 부품이나 장비를 공급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서울교통공사 측은 말을 또 바꿨다. “부품은 다른 업체에서도 구할 수 있다. 여분의 부품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사실 G사가 부품이나 장비를 공급한 것도 아니다. 실제로 부품·장비를 공급한 업체는 다른 곳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서울교통공사가 ‘18기가 무선영상장치를 유지보수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근거로 제시한 과업내용서에 따르면, 2020년 장비·부품의 제조·공급사는 G사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G사가 관련 부품을 공급한 게 아니라면 서울교통공사의 과업내용서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5년 LTE-R을 구축할 때 용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됐다”면서 “하지만 정부 사업이던 LTE-R에 초점을 맞춘 탓에 비교적 작은 사업이었던 18기가 무선영상장치 사업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자! 이제 지하철 객차 내 CCTV의 현주소를 종합해보자. 2015년 나랏돈을 투입해 구축한 LTE-R은 객차 내 CCTV가 촬영한 화면을 ‘실시간 송출’하지 못한다. 이보다 4년 전 구축해 글로벌 심포지엄에서 자랑까지 늘어놨던 ‘18기가 무선영상전송장치’는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는 사이 지하철 객차 내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고, 승객들의 안전은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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