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 안전 공약

코로나19로 의료안전망 구축이 더욱 요원해졌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보건 · 안전 공약들은 ‘ 표퓰리즘’ 공약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의료안전망 구축이 더욱 요원해졌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이 내놓은 보건 · 안전 공약들은 ‘ 표퓰리즘’ 공약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의료 사각지대가 커졌다.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확진자 치료에 집중하면서 취약계층이 의료안전망 밖으로 밀려난 탓이다.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공공병원의 외래환자 비중은 코로나19 이전 대비 3분의 1, 많게는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 이렇게 예상치 못한 질병이 출현하면 정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안전망을 보다 탄탄하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하지만 의료안전망 구축을 지원할 건강보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건강보험 적립금은 올해 12조2000억원(국회예산정책처)에서 2024년 3조20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025년엔 4조원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산적한 문제를 제쳐두고 새로운 예산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20대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의 보건ㆍ안전 공약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하지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실망감을 감추기 어렵다. ‘탈모 치료제 보험 적용’ 등 표票퓰리즘 성격의 공약에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것 같아서다.

#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로 의료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은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과연 안전한 대한민국을 고민하고 있을까.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는 공약을 점검할 대선후보군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로 정했다. 군소후보의 공약은 별도로 짚어 볼 계획이다. 배열 순서는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이 순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재명 보건ㆍ안전 공약]
나가는 돈 막아야 
쓸 돈이 생길 텐데… 


“격차 없는 공공의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안전ㆍ질병ㆍ보건정책은 보편적 의료 서비스가 핵심이다. ‘성남공공의료원’을 만들기 위해 성남시장직에 도전했었던 만큼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전국에 ‘공공의료원’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에는 70개의 중진료권이 있다. 이 후보의 목표는 권역마다 공공병원을 1개 이상 확보하는 거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을 신축ㆍ증축하거나 민간병원을 인수해 공공의료 역할을 부여할 방침이다. 필요한 의료인력은 국립 보건의료전문대학원을 설립해 확보한다. 공약이 현실화한다면, 비수도권 중증 환자도 제시간에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눈여겨볼 공약은 또 있다. 전 국민의 상병수당(일반 질병으로 치료받을 때 잃는 소득ㆍ임금을 보전하는 현금 수당)을 확대하고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 국민 산재보험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공약은 도전적이지만 의미 있다.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를 늘리는 구상도 눈길을 끌 만하다. 임플란트ㆍ피임ㆍ탈모 등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치료 비용을 낮추고 자궁경부암(HPV) 백신 주사는 모든 남녀 청소년에게 무료 접종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대응과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대응과 의료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국민 건강을 위해 수입 식자재의 방사선 검사를 강화하고 GMO(유전자조작농산물) 정보도 공개한다. 편법으로 새는 건강보험은 틀어막겠다는 공약은 ‘이재명스럽다’. 가령, 사무장 병원이 2015년부터 2021년 6월까지 부당하게 받아간 건강보험료는 2조5000억원 이상이다. 이 후보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이를 적발하고 부당 이득을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의료 격차를 줄이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은 의미가 있다. 필요했지만 사소한 것으로 여겨졌던 질병에 건강보험 적용을 시도한 것도 환영하는 목소리가 크다.[※참고: 물론 포퓰리즘의 전형이란 비판도 많다.]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던 의료기관 적발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재원은 불안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건강보험 총수지율(100 초과면 적자)은 2018년, 2019년 이태 연속 100%를 넘겼다가 2020년 98.0%로 내려왔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로 지속할지도 알 수 없어 투입 비용을 가늠하기 힘들다. ‘불법 사무장 병원’의 부당 이득 환수 역시 현실화하더라도 재판에서 꺾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나가는 돈을 막아야 쓸 돈도 생긴다. 이 후보는 국민 건강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윤석열 보건ㆍ안전 공약]
대화 안 하는 곳
기준이 뭔가요?


비합리적인 원칙, 주먹구구식 방역패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실패’로 규정한 이유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국민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자유조차 제한하는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렇다면 바이러스와 공존을 피할 수 없는 지금, 윤 후보가 구상한 보건ㆍ안전 정책은 무엇일까.

첫번째 정책은 ‘과학적 방역 체계’의 확립이다. 세부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AI 시스템을 활용한 감염병 플랫폼 구축 ▲마스크 착용 후 대화를 하지 않는 장소는 방역패스 폐지 ▲환기 기준을 충족한 실내 시설은 영업 제한 완화 등이 있다. 윤 후보의 공약은 방역 데이터를 통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방역 대책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다. 감염병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국민 개개인의 의료 정보, 일선 병원의 진료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부터 수집해야 한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실제 방역 조치에 활용하려면 데이터의 분석ㆍ해석 작업도 필요하다. 그만큼 코로나19 플랫폼을 구축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기까지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과학적 기준에 따른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강조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과학적 기준에 따른 코로나19 방역 체계를 강조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

문제는 또 있는데, 그건 ‘기준’이다. 가령, 윤 후보는 마스크를 착용한 후 대화를 하지 않는 장소로 독서실ㆍ미술관ㆍ영화관 등을 포함했는데 과연 전국의 모든 장소에서 대화가 전무할지, 대화가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 허용할지 의문이다.

마스크를 사실상 착용하지 않는 실내 시설(식당ㆍ카페ㆍ목욕탕 등)도 마찬가지다. 각기 다른 환경에 있는 시설들에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환기 기준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더욱이 이들 시설 중에는 자연 환기가 불가능해 따로 환기 설비를 갖춰야 하는 곳들도 숱하다. 

윤 후보의 두번째 보건ㆍ안전 정책인 ‘공공의료 시스템의 강화’도 난관이 숱하다. 윤 후보는 민간병원이 공공의료의 일정 부분을 책임져야 한다는 구상이지만, 민간병원에서는 되레 공공병원에만 물적ㆍ인적 지원이 집중됐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윤 후보는 국가책임이 필요한 필수의료 분야의 공공정책수가를 별도로 신설해 민간병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공공정책수가가 효과적인 유인책이 될지, 이를 통해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형평성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 과연 윤 후보는 ‘플랜’을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심상정 보건ㆍ안전 공약]
병원비 상한선 
100만원 글쎄 


‘가구당 보험 개수 평균 4.3개’ ‘월 평균 보험료 26만원’…. 그런데도 비싼 병원비 탓에 생계를 위협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이유다. 심 후보는 지난해 12월 보건·의료 공약으로 ‘심상정케어’를 내놨다. 핵심 내용은 ▲건강보험 하나로 100만원 상한제 ▲전국민 주치의 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원스톱 산재보험이다.

먼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추진한다. 1년간 총 병원비가 1000만원이든 1억원이든 최대 100만원만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거다. 성형ㆍ미용 등을 제외한 모든 의학적 치료를 대상으로 하고, 현행 예비급여ㆍ비급여 치료까지 포괄한다. 이는 서구 복지국가에서 이미 실시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의 일환이기도 하다.

심 후보는 100만원 상한제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연간 10조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이를 위해 53조원 규모에 달하는 민간의료보험의 5분의 1을 국민건강보험으로 전환해 조달하겠다는 게 심 후보의 생각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골자로 한 ‘심상정 케어’를 공약으로 내놨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를 골자로 한 ‘심상정 케어’를 공약으로 내놨다.[사진=뉴시스]

‘전국민 주치의 제도‘도 도입한다. 모든 국민이 주치의에게 일상적인 건강관리를 받고, 전문 진료가 필요한 경우 주치의가 책임지고 상급 병원으로 연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상급병원에서 치료 후 돌봄도 주치의가 담당한다.

우선 임기 중 100만명 규모의 ‘주치의 도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이를 토대로 5년 후 ‘전국민 주치의 제도‘를 구현할 계획이다. 주치의 제도의 법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주치의특별법‘도 제정한다.

마지막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원스톱 산재보험‘으로 산재 위협에 놓인 모든 시민을 보호한다. 특수고용직ㆍ플랫폼 노동자ㆍ자영업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추진한다. 산재보험 청구 시스템도 바꾼다. ‘요양신청서 작성→재해경위서 및 목격자 진술서 작성→근로복지공단의 작업관련성 조사‘로 이어지는 현행 시스템을 ‘선보장-후평가‘로 전환한다.

이처럼 심상정케어는 ‘국민 누구나 아프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한계도 적지 않다. 사실상 ‘무상의료‘를 지향하고 있어 진통이 따를 공산이 크다. 재원 마련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불가피하게 인상해야 한다는 점도 일반 시민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심상정케어는 대한민국을 제대로 케어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안철수 보건ㆍ안전 공약]
대안 없는 비판
대안 없는 약속 

보건ㆍ의료는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전문 분야다. 그래서인지 안 후보의 보건 공약에선 다른 후보들에게서 볼 수 없는 세심함을 기대하게 된다. 실제로 안 후보가 꺼내든 보건 공약은 확실히 차별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게 골자인데, 3가지 세부공약으로 나뉜다. 첫째, 정신건강 의료비 90%(2020년 75.2%)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하고 ‘본인 부담상한제‘를 둔다.

둘째,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권한을 전문가위원회로 이관한다. 현재 강제 입원 권한은 보호의무자와 지자체장에게 있는데, 이를 전문가들이 판단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국민 건강검진에 정신건강 검진을 추가한다.

안 후보는 “덴마크는 국민건강검진으로 우울증 고위험군을 국가책임 하에 치료한다“면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에 1달러를 투자하면 5달러의 건강ㆍ생산성 향상 수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은 현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보건복지부 조사(2021년)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1명은 우울 위험군에 속해 있을 정도다. 이런 의미에서 정신건강 국가책임제는 주목할 만하다.

안철수 후보가 대한한의사협회를 찾아 한의계와 의료계의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후보가 대한한의사협회를 찾아 한의계와 의료계의 갈등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다만, 안 후보의 공약에도 아쉬운 점은 많다. ‘코로나블루‘에서 비롯된 정신건강 문제와 탈모약값 등 여론이 집중되고 있는 현 이슈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법하다. 실제로 안 후보의 공약에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병원비 부담 완화 등 건강권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재원 마련책‘도 신중하게 담지 않았다. 일례로 안 후보의 정신건강 국가책임제엔 상당한 재정이 필요할 공산이 크다. 안 후보는 2020년 정신질환 총 진료비(약 2조3000억원)에 최근 3년간의 진료비 증가율(8.7%)을 기준 삼아 5000억원이면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설명했지만, 보험연구원 연구결과는 달랐다. 보험연구원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정신질환 진료비가 2030년엔 8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안 후보는 앞서 “문재인케어 때문에 건강보험료를 왕창 올리지 않으면 건강보험 재정이 2~3년 내 고갈 위기에 빠진다“며 재정문제를 지적했지만 대안 없는 비판에 그쳤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공약 역시 ‘대안 없는 약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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