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돌봄 공약

지금보다 더 성숙한 육아·돌봄 정책을 펴야 합계출산율 숙제를 풀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지금보다 더 성숙한 육아·돌봄 정책을 펴야 합계출산율 숙제를 풀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0.837명(2020년 기준). 역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써왔지만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어코 1명 밑으로 떨어졌다. 

# 그렇다고 그간 쏟은 노력이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한 건 아니다.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데는 실패했지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 육아정책을 손보고, 돌봄정책을 보완했다. 육아휴직기간에 시기별로 하향 조정되던 육아휴직 급여(최대 1년)를 올해부터 1년 내내 통상임금의 80%(상한선 150만원)로 지급하는 건 대표적인 예다. 

# 이런 상황에서 대선후보들도 열정적으로 육아·돌봄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 나은 육아·돌봄 환경을 만들겠다고 앞다투어 내놓은 공약들은 솔깃하고, 달콤하다. 다만 아쉬운 건 그 공약을 현실화할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공백을 메울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 표심만 잡으면 된다는 얕은 꼼수로 늘어놓는 공약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숙제(합계출산율)를 푸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기 정부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육아·돌봄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는 공약을 점검할 대선후보군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로 정했다. 군소후보의 공약은 별도로 짚어 볼 계획이다. 배열 순서는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이 순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재명 육아·돌봄 공약]
맘 편한 휴직
정말 가능할까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저출생·육아정책은 아이와 직장을 모두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부모의 경제력을 유지해주고 시간을 제공하는 거다.

큰 줄기는 모든 국민의 ‘육아휴직’ 보장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4.2%다. 성별로 구분하면 여성은 63.9%, 남성은 3.4%에 그친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쏠리고, 이는 출산 여성의 경력 단절로 이어진다. 

이 후보가 도입하려는 ‘육아휴직 자동등록제’는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 모두가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제도다. 통상임금의 80%(상한선 150만원·하한선 70만원)까지 나오는 육아휴직 급여를 10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생계가 어려워질까 봐 육아휴직을 신청하지 못할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가정과 일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수십년간 논의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문제도 종지부를 찍는다. 교육 시설과 보육 시설로 나뉘어있던 두 기관을 통합해 같은 수준의 보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치원·어린이집보다 수업이 더 일찍 끝나는 초등학교도 맞벌이 부부를 위해 돌봄 기능을 키운다. 수업은 오후 3시, 돌봄은 오후 7시까지 늘린다.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만큼 안정적 고용, 적정임금 보장으로 ‘돌봄 일자리’의 질도 높여 일자리 늘리기까지 연결한다. 난임 부부를 위해 난임 약제비 등의 보험 급여화를 확대하고 기존 체외수정 지원책도 절차를 간소화한다.

이 후보의 공약처럼 부모가 맘 편하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면 육아 문화 자체가 바뀔 수 있다. 돌봄 서비스 확대 공약 역시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저출생 대책에서 밀려나 있던 난임 부부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약속도 반길 일이다. 

문제는 큰 변화인 만큼 그림자도 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육아휴직 사용자를 향한 직장 내 부당행위를 실질적으로 막지 못한다면 ‘육아’는 고행이 될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오후 3시 하교도 교육·행정 업무 증대를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건 좋지만, 자격 미달의 돌봄 노동자를 솎아내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영유아에게 향할 수 있다. 이 후보가 찾아낸 육아 사각지대는 제대로 관리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윤석열 육아·돌봄 공약]
기준조차 모호한
전국민 부모 급여


0.83명과 268조원. 앞의 숫자는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출산율이다. 후자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쏟아부은 예산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이슈는 풀지 못하고 있는 난제 중 하나다.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자연증가 수가 지난해 10월 -7046명을 기록하며 25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을 정도다. 

그렇다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어떤 해법을 제시했을까.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직접 지원’ 약속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양육비의 지원 규모를 늘리겠다는 거다. 그 일환으로 윤 후보는 0~2세의 가정양육수당을 현재의 월 15만~20만원에서 월 3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부모 급여’ 공약도 추가했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간 매월 100만원의 정액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부모의 육아휴직 기간도 현행 1년에서 1년6개월(부모 합산 총 3년)로 늘릴 예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윤 후보는 ‘한부모지원 증명서’의 발급 기준을 중위소득 기준 60%에서 100%로 확대하고, 양육비 복지급여 대상은 중위소득 52%에서 80%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보육 기관의 환경도 개선할 방침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이를 낳는 국민에게 월 1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아이를 낳는 국민에게 월 100만원의 ‘부모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윤 후보의 공약이 ‘현금 지원 금액’을 늘린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정양육수당 확대 공약을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나라 0~2세 인구는 83만4799명이다. 윤 후보의 공약대로 10만~15만원의 양육수당을 더 지급하기 위해선 830억~125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부모 급여’ 공약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기준 출생아 수가 2만736명이라는 걸 감안하면 어림잡아도 2488억원(한가구당 한명씩 아이가 태어났다고 가정)의 돈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뾰족한 재원 마련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당연히 구체적인 실행 방법도 아직 없다. 전국민 대상의 ‘부모 급여’ 공약의 경우, 급여를 부모 한 사람당 주겠다는 것인지 가정당 지급하겠다는 것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윤 후보 측은 “아이를 낳은 국민은 누구나 조건 없이 1년간 매월 100만원씩 지급한다는 의미”라며 “윤 후보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언적으로 공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역대 대선후보들의 선언은 십중팔구 공약空約에 그쳤다. 윤 후보의 육아·돌봄 공약의 밑그림에 의문이 쏠리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심상정 육아·돌봄 공약]
국가·사회 나서면
육아 문제 풀릴까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보육 정책의 초점을 육아휴직에 맞췄다. 여성은 일과 육아를 무리하게 병행하고, 남성은 육아휴직을 쉽게 쓰지 못하는 현실을 ‘슈퍼우먼 방지법2:전국민 육아휴직제도’를 통해 바꾼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전국민 육아휴직 사용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먼저 육아휴직 급여의 현실화다. 현재 상한선 150만원·하한선 70만원(시작일~3개월 기준)에서 상한선은 2022년 최저임금의 1.5배인 285만원으로 올리고 하한선은 없앤다. 휴직 후 복직해 6개월 이상 근무해야만 육아휴직급여의 25%를 지급하는 ‘사후지급금’ 제도는 소득 보장을 위해 폐지한다.

다음은 육아휴직 ‘아빠 할당제’ 도입이다. 아빠 할당제는 육아휴직 중 일정 기간을 반드시 남성이 쓰게 하는 제도로 스웨덴·노르웨이·아이슬란드 등에서 시행 중이다. 아빠 할당제로 육아휴직 1년 중 3개월은 반드시 부부가 사용하게 한다. 출산 전후 휴가는 90일에서 120일로, 배우자 출산휴가는 10일에서 30일로 늘린다.

육아휴직제 대상도 확대한다. ‘전국민 고용보험’과 병행해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 자영업자도 육아휴직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2026년엔 일하는 모든 시민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목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육아선진국을 향한 ‘전국민육아휴직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육아선진국을 향한 ‘전국민육아휴직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국가 차원의 대체인력 확보는 심 후보의 육아휴직제도 공약의 핵심이다. 심 후보는 ‘대체인력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육아휴직자 급여의 1.5배를 지급하는 ‘대체인력평등수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부당한 대우나 처벌을 받을 경우 배상금을 지급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중소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상향(2개월 120만원, 10개월 80만원→월 150만원)하는 등 국가의 역할을 강화했다.

심 후보의 공약은 육아 환경 조성을 기업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계도 있다. 센터를 설립해 대체인력을 확보한다지만 언제든 고용할 수 있는 숙련 인력을 확보할 방안은 구체적이지 않다.

직원 1명이 여러 업무를 보는 중소기업이나, 업무를 인수인계하기 어려운 자영업자의 대체인력을 원활하게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육아휴직급여나 기업 인센티브를 상향하지만 별다른 재원 마련 방안을 내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심 후보는 전국민이 마음 편히 육아휴직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안철수 육아·돌봄 공약]
방법론 빠진
달콤한 외침


지난해 11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일주일 동안 의욕적으로 발표한 청년공약 1~5호의 마지막 편은 ‘보육정책’이었다. 안 후보가 제시한 보육정책의 큰 줄기는 ‘젊은 부부가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아동과 여성이 안전한 나라’다. 그는 “아이 키우는 문제가 여성들이 꿈을 펼치지 못하고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면서 “국가 차원의 질 좋은 교육시설을 공급하고 초등교육을 돌봄 기능까지 확대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공약은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일제 학교 교육시스템’과 ‘출산·보육 국가책임제’다. 이중 첫째 줄기인 ‘한국형 전일제 학교 교육시스템’ 공약을 보자. 이는 맞벌이 부부의 퇴근 후 귀가 시간이 대략 저녁 7~8시인데, 현재 돌봄 시간이 오후 5시에 끝난다는 점을 보완하는 정책이다.

안 후보는 “정규교육 외에 방과 후 7시까지 취미활동, 휴식, 공동체 활동은 물론 논술 토론, 외국어 교육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돌봄 문제뿐만 아니라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사회통합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정책 일원화 체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교육부·복지부·여성가족부·지역아동센터 등으로 흩어져 있는 돌봄정책을 일원화해 공급자(국가)가 아닌 수요자(국민) 중심의 돌봄정책을 펼치겠다는 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전일제 학교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전일제 학교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둘째 줄기인 ‘출산·보육 국가책임제’는 출산과 보육으로 나뉘어있다. 출산 국가책임제의 핵심은 반값 공공산후조리원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이 12개 있는데, 이를 기초지방자치단체별로 1개씩 설립하겠다는 게 밑그림이다.

설립에 필요한 예산은 전액 국비로 충당하고 운영 예산 역시 재정자립도를 감안해 국가가 최대 80%까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보육 국가책임제는 공공보육시설 확대로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 정부는 2025년까지 국공립어린이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안 후보는 이를 확대해 2027년에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거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맞벌이 부부가 보면 안 후보의 공약은 솔깃하다. 하지만 이 공약엔 정부의 커진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해소하겠다는 방법론이 없다. 사교육으로 채우던 방과 후 시간을 공교육으로 메우겠다는 구상 역시 인력과 양질의 프로그램, 재원이 필요한 일이다. 달콤한 외침이 공허한 약속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