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현주소
SNS와 게임도 메타버스로 분류되지만
진정한 메타버스의 요건은 VR 시스템
온전한 몰입 가능해야 진짜 메타버스

미국 비영리 미래예측 기술연구단체 ASF는 2007년 메타버스의 유형을 분류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SNS, 게임, 스트리밍서비스 등이 메타버스의 범주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는 별게 아닌 걸까.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현재의 메타버스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VR기기를 장착하고 현실과 가상세계를 손쉽게 넘나들 수 있어야 진정한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의 정의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따.[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메타버스의 정의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따.[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타버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다. 기업이라면 금융·문화·통신·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메타버스를 론칭하기 바쁘고, 메타버스에 ‘메’자만 들려와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치솟는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히는 게임 개발사 위메이드맥스의 지난해 주가상승률이 1501%까지 치솟은 건 대표적인 사례다.

메타버스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낙관적이다.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9년 455억 달러(약 54조1586억원)였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5년엔 4764억 달러(약 567조589억원), 2030년엔 1조5429억 달러(약 1836조205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가 대체 뭐길래 이러는 걸까.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을 가리킨다. 이 용어가 처음 쓰인 건 1992년작 SF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인데, 저자 닐 스티븐슨은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3차원 가상현실의 이름을 짓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3D를 구현하는 몇가지 장비를 착용한 후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메타버스에 접속한다. 이 공간에서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건축물을 짓거나 물리적 법칙을 무시하는 활동을 하는 등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면서도 현실과 마찬가지로 경제·사회·문화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소설 속 메타버스의 특징이다.

그렇지만 메타버스를 단순한 가상세계로 규정하긴 쉽지 않다. 메타버스가 워낙 다양한 산업과 기술을 아우르는 개념이라서다. 전문가들과 기관들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이유다.

가장 먼저 메타버스의 분류 기준을 제시한 건 미국 비영리 미래예측 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다. ASF는 메타버스를 ‘기술 적용 형태’ ‘대상의 지향 범위’란 두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증강현실(AR)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등 4가지 유형을 만들어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가상현실(VR)과 AR 중 어떤 기술을 채택했는지, 서비스의 대상이 개인 중심인지 환경 중심인지에 따라 메타버스를 분류한 셈이다.

일상적 SNS도 메타버스

‘증강현실’은 AR기술을 이용해 실제 세계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의 콘텐츠를 덧입혀 보여주는 메타버스다. 2016년 7월 출시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라이프로깅’은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온라인에 기록하고 이를 타인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메타버스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물론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여기에 속한다.

‘거울세계’는 실제세계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하는 메타버스다. 위성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구글어스’가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가상세계’는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내 이용자가 아바타로 접속해 활동하는 메타버스인데, 앞서 언급한 소설 「스노 크래시」 속 메타버스와 가장 흡사하다. 각종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메타버스 플랫폼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로블록스’ ‘제페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흥미로운 건 이 분류법에 따를 경우 메타버스가 그리 낯선 개념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라이프로깅과 가상세계에 해당하는 SNS와 온라인 게임을 이미 오래전부터 즐겨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현존하는 온라인 서비스는 모두 메타버스” “메타버스에 거품이 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종 매체에서 메타버스를 서비스의 품질을 확 바꿔줄 만능키처럼 묘사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별것 아니란 얘기다. 흥미롭게도 이런 시각은 “가상현실을 충실히 구현하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체험하는 메타버스가 진정한 메타버스”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메타버스는 진정한 메타버스가 아니란 거다.


메타버스 업계의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 「스노 크래시」의 주인공은 고글과 이어폰을 장착하고 메타버스로 접속한다. 이 장비 덕분에 주인공은 메타버스 안에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함으로써 메타버스 세계에 생생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가상현실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춰야 진정한 메타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의견대로라면 진정한 메타버스는 아직 세상에 등장하지 않은 셈이 된다. 가상현실을 완벽하게 표현하기엔 관련 기술이 무르익지 않아서다. 일례로, VR기기 중 머리에 착용하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 D)는 나쁜 착용감, 멀미, 무거운 무게 등의 단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용자의 움직임을 포착해 가상현실에서 구현해주는 센서도 아직 동작을 완벽하게 인식하는 수준까진 다다르지 못했다.

메타버스가 풀어야 할 윤리적·도덕적 숙제도 산적해 있다. 김정수 명지대(산업경영공학) 교수는 “사이버 환경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해킹의 위협,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혼동할 우려 등 개인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장치가 탄탄하지 않다”면서 “이용자가 메타버스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상에서는 물론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짜 메타버스는 어디에

이 때문인지 메타버스의 파급력이 가상세계를 넘어 현실에도 영향을 미칠 때 진정한 메타버스의 시대가 열릴 것이란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VR 서비스를 개발하는 브이리스브이알의 권종수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현대인은 이미 예전부터 게임이나 SNS를 통해 알게 모르게 메타버스를 접해 왔지만, 지금까지는 메타버스의 영향력은 가상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속도도 조금씩 빨라지고 있다. 이것이 메타버스가 요즘 업계의 화두가 된 이유다. 가상세계를 리얼하게 표현해 줄 VR기기의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런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다. 그때 진짜 메타버스 시대를 경험하게 될 거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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