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지원 공약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정부의 방침대로 가게문을 닫는다. 고객을 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데, 임대료는 똑같이 나간다. 착한 건물주를 만나면 일부 탕감받기도 하지만, 그건 극소수다. 

# 그래서 많은 자영업자는 분노를 머금고 산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밀려온 폭풍을 자신들만 감내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정부는 몇푼 안 되는 손실보상금을 건넬 뿐이고, 건물주는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는다. 

# 이 때문인지 자영업자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빚’만 늘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5000억원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말 684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29.6%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재정적 부담이 생각 이상으로 커졌다는 거다. 자영업자의 마음을 달래야 표를 얻는 20대 대선후보들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지원 공약을 앞다퉈 내놓는 이유다. 

# 문제는 ‘돈을 풀어 지원하겠다’는 그들의 약속에 빈틈이 많다는 거다. 특히 모든 대선후보의 공약에 구체적인 재원마련책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표만 얻겠다’는 선심성 공약에 그칠 우려가 커서다. 자영업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약도 눈에 띄지 않는다. 그들은 자영업자의 눈물을 어떻게 닦아주겠다는 걸까.


[※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는 공약을 점검할 대선후보군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로 정했다. 군소후보의 공약은 별도로 짚어 볼 계획이다. 배열 순서는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이 순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재명 소상공인 지원 공약]
디테일하지만 
이상적인 약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소상공인 공약은 꽤 촘촘하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벼랑에 몰린 소상공인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지원 정책이 꽤 많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미국의 급여보호프로그램(PPPㆍPaycheck Protection Program)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PPP’를 도입한다. PPP는 2020년 미 연방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노동자를 위해 만든 대출프로그램이다. 소상공인이 직원 급여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정부가 보증을 서고, 대출금을 급여 지급에 사용하면 상환을 면제해 준다.

‘한국형 PPP’는 회생 가능성이 있는 소상공인의 채무를 국가가 매입해 대환ㆍ무이자 대출을 해주겠다는 거다. 대출금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에 쓰면 감면한다. 금융정책(대출)과 재정정책(지원)을 혼합한 제도다. 코로나19로 인해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기도 적극 지원한다. 

임차상인의 임대료 부담을 낮추는 공약도 있다. 정부 손실보상금이 임대료로 모두 빠져나간다는 지적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재난에 의한 집합금지ㆍ영업제한 등이 실시되면 임대인과 임차인, 정부가 임대료 부담을 나누는 게 골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소상공인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메모하면서 경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농성 중인 소상공인들을 만나 그들의 얘기를 메모하면서 경청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재난 시기에는 건물주가 임대료 연체를 이유로 계약해지나 갱신거절, 강제퇴거를 할 수 없게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지역상권 중심의 현장 밀착형 지원정책도 내놨다. 골목상권 전담 지원기관을 각 지역에 설립해 지역 맞춤형 골목형 상점가를 적극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원자재 구매에서 판매까지 소상공인을 종합지원함으로써 도심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여기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 실시, 소공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협동조합 설립 지원, 소공인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처럼 이 후보의 공약은 디테일하다. 특히 ‘한국형 PPP’ 제도 도입은 소상공인들이 강력히 요구한 정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정책을 ‘대출’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바꾸는 만큼 재원 마련 방안이 걸림돌이다. 이상적이란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일례로, 임대차 계약이나 임대료 문제는 임차인 편만 든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관官 중심의 상권 살리기가 효과를 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후보가 ‘나랏빚을 담보로 내놓은 선심성 공약’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윤석열 소상공인 지원 공약]
통큰 지원플랜 
설익은 약속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지만 정책의 뒷받침이 절실한 계층이 있다.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 11월 412만명이었던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11월 421만7000명으로 9만7000명 증가했다.

반대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146만2000명에서 134만300명으로 11만9000명 줄었다. 종업원을 줄이고 혼자 버티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자영업의 생존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소상공인을 위한 공약에 공을 들였다. 윤 후보 스스로 “‘손실보상’이라는 개념을 가장 먼저 들고나왔다”고 강조했을 정도다(2021년 8월).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소상공인 지원 정책도 파격적이다. ▲43조원 규모의 손실보상 ▲한국형 반값 임대료 ▲신용회복ㆍ재창업ㆍ재취업 지원 ▲50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확대 ▲ 세금ㆍ공과금ㆍ임대료 경감 및 매출 확대 지원 등이 공약의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 통 큰 지원을 하겠다는 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종로구 관철동에서 자영업자들을 만나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종로구 관철동에서 자영업자들을 만나 코로나19 관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역시나 현실화 가능성이다. 윤 후보의 코로나19 손실보상 희망지원금과 금융지원에만 각각 43조원, 50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마련 방안은 쏙 빠져있다. 추경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선 진통이 따를 공산이 크다.

아울러 정부 보증 대출을 통해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임대료와 공과금 사용 금액의 50%를 갚아주겠다는 ‘한국형 반값 임대료 프로젝트’에서도 재원 마련 방안은 찾을 수 없다.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도 문제가 남는다. 무엇을 기준으로 소상공인의 손실 금액을 산정할지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해서다. 

윤 후보는 지난 2일 열린 소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과학적인 방법을 계속 연구 중”이라며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을 돌려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에 피해 규모에 따른 1차 보상을 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힌 게 전부다. 

이 때문인지 설익은 공약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낙선하면 추경을 안 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에 윤 후보는 “공약이란 게 다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되면 하고 아니면 말고’식 공약이란 얘기로 들릴 만하다. 선심성 공약을 앞세워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에게 ‘희망고문’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심상정 소상공인 지원 공약]
100% 보상 좋지만
실효성엔 의문부호


“정부는 자영업자에게 희생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코로나19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을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지난해 10월 자신의 6호 공약으로 ‘자영업자 코로나 손실 완전보상’을 내건 데 이어 12월에는 ‘자영업자 코로나 고통경감 4대 준칙’을 발표했다. 정부의 지원책으로는 소상공인의 울분만 키운다는 게 심 후보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그의 공약은 소상공인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까. 

먼저 심 후보는 ‘100% 손실보상’을 공언했다. ‘선보상 후정산’을 원칙으로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모든 자영업자에게 피해액의 100%를 보상해주겠다는 거다. 정부의 임의대로 손실보상률(현재 80%)을 적용해선 안 된다는 게 심 후보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 예비비를 동원하고 2022년 손실보상 예산을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보상 대상도 확대한다. 집합금지 및 영업시간 제한 업종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모든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게 목표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이자도 정부와 금융기관이 재원을 공동부담해 탕감해준다. 심 후보는 소상공인의 평균 대출 이자율 4.5% 토대로 이자 규모가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 농성장을 방문해 비대위 공동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공원에서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 농성장을 방문해 비대위 공동대표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아울러 파산 위험에 놓인 고위험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회복 특별트랙’을 마련한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이 40%가 넘거나, 자산평가액보다 부채가 큰 소상공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의 기존 대출을 정책금리 장기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골자다. 또 채무 감면과 신용회복 지원 제도를 도입한다. 빚을 갚기 어려운 소상공인(채무자)이 채권금융회사에 채무조정을 적극 요청할 수 있는 ‘소비자신용법’의 입법화도 추진한다. 

이처럼 심 후보의 소상공인 지원 공약은 폭이 넓지만 실효성엔 물음표가 찍힌다. 무엇보다 공약대로 전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피해액 100%를 보상하기 위해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재원 마련 대책은 정부 예비비와 올해 손실보상 예산 확대뿐이다. 더욱이 심 후보의 전략은 문재인 정부가 손실보상 재원 마련 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다. 8조원에 달하는 소상공인 부채의 이자 탕감 공약 역시 실현되기 위해선 금융기관과의 협의가 우선해야 한다. 심 후보의 소상공인 지원 공약은 당장 소상공인의 환영을 받을지 모르지만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더 큰 실망만 가져올 수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안철수 소상공인 지원 공약]
접근법만 있고 
솔루션은 없다


‘현금 지원성’ 공약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도 소상공인ㆍ자영업자의 코로나19 손실보상 문제는 예외다. 선별적 지원을 기본원칙으로 세운 안 후보에게 재정 지출의 우선순위는 코로나19의 주 피해자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다. 

안 후보 측은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써야 할지 우선순위를 검토 중인데, 더 어려운 곳에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는 게 (안 후보의) 기조”라면서 “현재로선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우선 지원 대상으로 꼽은 안철수 후보의 공약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 아직 공식적으로 내놓은 공약이 없어서다. 확인할 수 있는 건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밝힌 재원 마련 방안이 전부다. 이날 안 후보는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에 대비하려면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면서 ‘코로나19 특별회계’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안 후보는 연간 25조~3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특별회계 확보 방안도 내놨다. 먼저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10%씩을 특별회계의 기본 재원으로 삼는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업장에서 발생하는 세원과 개소세 일부를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손실보상에 쓰겠다는 건데, 이를 통해 7조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안 후보의 생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코로나19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코로나19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13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경직성 예산을 제외한 재량사업비 축소와 공무원 수 조정을 통해서다. ‘민관합동 조세특례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불필요한 조세특례도 없앨 계획이다. 이를 통해 5조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모자란 재원은 ‘코로나19 퇴치 특별 복권’을 발행해 마련한다. 

사실 소상공인ㆍ자영업자 손실보상 문제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예산이다. 1998년 이후 24년 만의 ‘2월 추경’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도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다. 이를 감안했을 때 ‘코로나19 특별회계를 설치하자’는 안 후보의 제안은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손실보상률 확대와 방역패스 철회를 비롯한 소상공인ㆍ자영업자들의 실질적 요구에 구체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세특례 축소ㆍ정부 인력 구조조정 등 특별회계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도 일부에서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20대 대선 선거일까지 두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제는 국민의 물음에 구체적 공약으로 대답해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 용어설명: ‘소상공인’은 업종에 따라 연 매출이 10억~120억원 이하이거나 상시 근로자수가 5~10인 미만인 사업체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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