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지원 공약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소득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사진=뉴시스]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소득지원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사진=뉴시스]

# 지난 1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경제에 나타나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는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 대통령의 주장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양극화가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좋은 지표’만 근거로 삼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0년 2~4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를 차지하는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7.1%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소득은 같은 기간 1.5% 줄어드는 데 그쳤다. 고소득층의 소득이 저소득층보다 덜 감소했다는 거다. 이는 양극화가 더 벌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기준 1분위 가구의 소득점유율은 3.9%에 그친 반면, 5분위 가구의 소득점유율은 44.6%에 달했다. 소득불평등과 양극화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 그만큼 소득불평등과 양극화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기본소득ㆍ안심소득 등 국가가 국민의 최소생활비를 보장하는 ‘소득 보장형 복지’를 도입해 나라의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 때문인지 20대 대통령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서둘러 소득지원 공약을 쏟아냈다. 문제는 현실화할 수 있느냐다.


[※참고: 더스쿠프(The SCOOP)는 공약을 점검할 대선후보군을 이재명(더불어민주당), 윤석열(국민의힘), 심상정(정의당),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로 정했다. 군소후보의 공약은 별도로 짚어 볼 계획이다. 배열 순서는 원내 의석수를 기준으로 했다. 시리즈를 마칠 때까지 이 순서를 유지할 계획이다.] 

[이재명 소득지원 공약]
입으로 자른다고 
주는 게 예산이랴


기본소득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사실상 독점한 공약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 후보만큼 기본소득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이도, 기본소득 공약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도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내건 기본소득 공약의 핵심은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통한 경제선순환’이다. 일단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연간 100만원씩 지급한다. 반기별로 50만원씩, 월로 환산하면 8만3333원이다. 

기본소득은 소멸성 지역화폐 형식으로 지급한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소득양극화를 해소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기본소득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어서다. 가계대출을 갚느라 쓸 돈이 없으니 그 돈을 국가가 주고 지역 상권에서 쓰게끔 하겠다는 거다. 사회ㆍ경제적 문제를 기본소득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그래서일까.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다. 이 후보는 19~29세 청년에게 청년기본소득을 주는 공약도 내놨다. 청년에게 임기 말까지 연간 200만원씩 지급하는 게 목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은 양극화 해소·경제활성화에 방점이 찍혀있다.[사진=뉴시스]

최근엔 농촌기본소득 공약도 발표했다. 기대 효과는 농촌지역 균형발전과 인구소멸 방지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가 성장형 국가에서 복지형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그렇다고 이재명식 기본소득 플랜에 비판이 없는 건 아니다. 우선 예산 투입 대비 기대효과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령, 월 8만3000원가량인 전국민 기본소득이 삶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냐는 거다. ‘이마저도 없어 목숨을 끊는 이들에겐 결코 적지 않은 돈’이라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지만, 기본소득 정책을 복지정책으로 보고, 부의 재분배 측면을 따진다면 기대효과가 약한 건 사실이다. 

재원도 문제다. 이 후보는 재원 마련 방안을 ‘예산절감-세제혜택 축소-기본소득목적세 신설’의 3단계로 구상하고 있다. 우선 집권 1년 후까지 예산절감으로만 20조원을 마련하겠다는 건데, 이 플랜은 학계는 물론 여권에서도 반론이 나온다. 내년까지 무슨 수로 예산을 20조원 이상 줄일 수 있겠냐는 거다.

이 후보는 “600조원이 넘는 예산에서 20조원도 줄이지 못한다면 무능한 정부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반박하지만 재원을 둘러싼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후보가 당초와 달리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추진하기 어렵다”는 등의 말로 한발짝 물러서고 있다는 점도 아쉽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기본소득 정책은 지지도가 변한다고 버렸다가 다시 주워오는 그런 가벼운 정책이 아니다”고 꼬집기도 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윤석열 소득지원 공약] 
철학이 빚은
태생적 한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펼치기 전부터 소득을 보전하는 각종 현금성 복지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을 향해선 “조삼모사 방식의 세금 뿌리기 공약”이라며 줄곧 비판해왔다.

지난해 12월 26일 복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윤 후보는 “취약계층의 삶을 국가가 확실하게 책임지되 무차별적인 ‘현금 뿌리기’보다 어려운 계층을 우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윤 후보는 두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기존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 안에서 생계급여의 수급자 요건(중위소득 30%→35%)을 완화하고, 근로소득장려세제(EITC)를 강화(소득기준 최대 20%로 상향)하겠다는 거다. 윤 후보는 이를 통해 저소득층의 탈脫빈곤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소득지원 정책의 수혜 대상을 확대해 빈곤율을 낮추겠다”는 윤 후보의 구상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윤 후보가 기존 정책을 얼마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봤는지는 의문이다. 먼저,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는 가구의 규모에 따라 빈곤율의 감소 효과가 달라진다. 수혜 대상이 어떤 가구에 쏠려있느냐도 중요한 변수란 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무차별적인 현금 뿌리기식 정책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무차별적인 현금 뿌리기식 정책은 지양하겠다고 공언했다.[사진=뉴시스]

뒤집어 말하면, 수혜 대상을 디테일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선별적 복지에 해당하는 만큼 모든 가구의 빈곤율을 낮추는 데엔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을 포함한 보편적 복지에 부정적인 윤 후보의 철학이 태생적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다. 

윤 후보의 또다른 공약인 근로소득장려세제도 실효성을 지적받고 있다. 근로소득장려세제의 본래 취지는 근로장려금 지급을 통해 차상위계층의 실질소득을 지원한다는 거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 결과, 과세자료를 가진 국세청의 사전심사에도 부정수급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기준을 상향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정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일 수 있다는 거다. 

윤 후보의 공약은 이미 시행 중인 선별적 복지 정책을 강화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정책의 밑그림을 세밀하게 그리지 않는다면, 기존의 소득지원 정책이 가진 한계점들이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윤 후보에겐 디테일한 플랜이 있을까.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심상정 소득지원 공약]
실시간 소득 파악
가능한 플랜일까 


소득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저성장ㆍ내수침체 등으로 인한 소득양극화는 코로나19 사태로 심화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소득보장’과 ‘돌봄’을 주축으로 한 복지국가 모델인 ‘21세기 신新복지국가’ 공약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시민이 시장 밖에 있든 안에 있든 기본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소득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복지국가의 첫번째 비전은 ▲시민최저소득 ▲전국민 소득보험 ▲범주형 기본소득으로 구성된 시민평생소득이다. 시민최저소득이란 현행 생계급여ㆍ자활급여ㆍ근로장려금 등을 통합한 소득 보장제도다. 대상은 중위소득 100% 이하 시민으로, 시민 절반가량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지원 방식은 이렇다. 중위소득에서 본인의 소득을 뺀 차액의 절반을 지원한다. 가령, 중위소득 100%의 소득이 200만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소득이 20만원인 시민은 차액(180만원)의 절반인 90만원을 지원받는다. 소득이 전혀 없는 1인가구는 보다 폭넓게 지원한다. 최소 생계를 위해 중위소득의 50%(100만원)를 지원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시민평생소득을 도입해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한다는 구상이다.[사진=뉴시스]

‘전국민 소득보험’은 고용 여부와 상관없이 일하는 모든 시민을 사회보험에 가입시키는 정책이다. 자영업자, 특수고용노동자 등 고용 형태가 불안정한 이들까지 사회보험의 틀에 넣어 고용단절ㆍ산재 등으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거다. 심 후보는 이를 위해 매출 자료를 기반으로 ‘완전 실시간 소득파악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심 후보는 사회수당의 기준을 어린이(아동수당)ㆍ노인(기초연금) 등 인구집단에서 ‘사회활동’으로 바꾸는 정책도 제시했다. 공동체 돌봄 등 ‘보이지 않는 노동’에 수당을 지급하는 ‘범주형 기본소득’을 통해서다. 예컨대 환경운동에 나선 이들에겐 사회임금을, 지역사회 활동에 참가한 주민에게는 일자리보장수당을 주는 식이다.

이처럼 심 후보의 공약은 소득양극화를 완화하고, 국가가 시민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보완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재원 마련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최저소득 등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예산 추정치는 밝히지 않았다.

범주형 기본소득의 경우, 공익활동의 가치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미지수다. 정부가 실시간으로 소득을 파악하는 정책이 얼마나 시민의 동의를 얻을지도 지켜봐야 한다. 정의당이 꿈꾸는 ‘평등한 시민공화국’은 탄생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안철수 소득지원 공약] 
감쪽같이 사라진
한국형 기본소득


“한정된 재원 속에서 표나 얻으려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기본소득 같은 포퓰리즘이나 허황된 공약으로 혹세무민할 때가 아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보편적 복지’ 정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 후보가 꺼내든 소득지원 공약은 선별적 복지를 향하고 있다. 정책 대상은 저소득 취약계층과 청년ㆍ노인ㆍ소상공인이다. 우선 ‘기초생활보호 대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해 저소득 취약계층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선 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 환산금액)이 일정 수준 이하면 생계ㆍ의료ㆍ주거ㆍ교육 등 7가지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그중 생계ㆍ의료급여는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부양의무자(부모 또는 자녀가구)가 있을 경우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 후보 공약의 골자는 이같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생계ㆍ의료급여를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없도록 하겠다는 거다. 생계급여 지급 대상 기준을 중위소득 30% 이하에서 40% 이하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50만여명이 추가로 급여를 받고, 100만여명이 부양 의무를 덜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기초생활보호 대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일 기초생활보호 대상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사진=뉴시스]

청년들을 위한 소득지원 정책도 있다. 전역장병에게 1000만원의 사회진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거다.[※참고: 그밖에 안 후보의 공약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지원금 정책과 노인을 위한 손자 돌봄수당 정책도 있다. 이는 각각 ‘20대 대선 공약의 기록’ 6편과 7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하지만 안 후보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적지 않은 재원이 필요하다. 우선 생계ㆍ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함에 따라 추가로 지급해야 할 급여는 연간 3조~5조원 규모다.

사회진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도 적지 않은 예산이 든다. 2020년 기준 전역장병 수 24만여명을 대입하면 연간 2조4000억원이다. 안 후보 측은 “재량지출을 조정해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통해 얼마만큼의 복지 예산을 확보할 수 있을진 의문이다. 전역장병 사회진출지원금이 형평성 문제로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건 또다른 문제다.

사실 안 후보의 공약에서 ‘일관된 철학’을 찾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안 후보는 최근 기본소득을 허황된 공약이라고 깎아내렸지만 2020년 6월엔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해 10월엔 구체적인 안도 내놨다. 하지만 20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안 후보의 공약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시시때때로 뒤집히는 그의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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